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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판테온, 로마

이사쿠 2023. 11. 16. 00:01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탈리아 여행 1일1포스팅 프로젝트 시작! 뭐부터 올리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가장 좋았던 로마의 '판테온'부터 올려야겠다.

도착 첫날, 체크인 후 로마 시내로 나와 걷다 보니 굳이 의도해서 찾아가지 않아도 판테온에 도달할 수 있었다. 보자마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전 같다' 생각했는데, 느낌 그대로 기원전 27년에 로마의 신들을 모시기 위해 세운 신전이라고 한다.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든' + '신'이라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고, 우리가 간 첫날 저녁에도 판테온 내부에서 찬양으로 추정되는 성가대 합창이 들렸다.

그다음 날 콜로세움 투어 일정을 마치고 다시 판테온을 찾았다. 매 첫째 주 일요일에는 로마의 주요 관광지들이 무료로 개방되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과 겹쳐 운이 좋게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사실 판테온은 원래 무료였는데 올해 7월부터 유료화되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는 '유료였으면 굳이 안 들어갔을 텐데 무료니까 가볍게 보고 나오자'는 정도의 의지였는데, 들어가 보길 천만다행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높은 층고의 돔에 원형으로 뚫린 구멍,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빛의 임팩트가 굉장했다. 지름이 9m에 달하는 이 구멍은 오쿨루스(Oculus)라고 불리는데 라틴어로 눈이라는 뜻이다. 이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으로 내부를 밝히기도 하고 제사를 지낼 때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 역할도 한다고 한다. 바닥에는 비가 빠져나가는 배수구도 있다. 천재적인 설계인 것 같은데, 당시 건축학적인 한계로 인해 중심부를 메울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부 장식이나 내부에 묻힌 인물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또 한 없이 말이 길어질 테니 생략하고(라파엘로가 묻힌 곳이라는 것만 말해둔다), 왜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작품'이라 칭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천주교가 다른 신을 섬기던 건축물을 부수지 않고 오히려 순교자들의 성당으로 사용하는 상황을 가이드는 이렇게 비유했다. "롤렉스 시계는 전 여친이 사 준 것일지라도 현 여친도 차는 것을 인정해 준다." 그만큼 대단한 건축물이고, 현대에도 짓기 어려워 보이는 이것이 1세기에 지어졌다는 사실은 더 믿기지 않는다.

금방 보고 나가려던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꽤 오랜 시간 대화하고 멍 때렸다. 다음에 또 로마에 가게 된다면 꼭 비가 오는 날 방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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