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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가난한 자의 소망

이사쿠 2020. 2. 23. 16:13

작년 12월, 세 차례 정도 마음속에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이삭아 너는 정말 나를 사랑하니?", "정말 나만 갈망하니?", "정말 나 없이는 못 사니?" 마치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세 번 물어보신 것처럼.

베드로는 근심하면서라도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정말 솔직하게 얘기하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닌 것 같아요." 부끄럽고 죄송했지만 정직하게는 그랬다.

그리고 성탄절인 12월 25일, '2천 년 전 메시아를 진심으로 갈망한 사람들은 누구였을지'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자신의 의로 충만했던 바리새인들일까, 아니면 자유롭지 못했던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냈던 가난한 백성들일까. 실제로 예수님이 이 땅에 내려오셨을 때, 별을 찾아 수일을 이동하며 기쁨으로 그를 맞이했던 자들은, 메시아에 대한 예언의 말씀을 잘 알고 있었던 바리새인들이 아닌, 이방인이었던 동방박사들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주님, 제게 가난한 마음을 허락해주세요." 그리고 그 가난한 마음은 내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를 위해 제게 고난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허락해주세요."라고.

여태 나만이 가진 강점을 '여유'로 자부했던 나였다. 이 여유는 물론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했지만 굉장히 많은 부분, 나도 모르게, 동행하시는 하나님 그 자체보다도 하나님께서 주신 유한한 선물들을 의지했었나 보다. 세상 사람들 다 나를 비난해도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든든한 가족, 큰 실패 없이 순탄했던 과거의 경험, 내 실력, 내 성격 등. 동시에 어떤 것에도 간절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간절히 얻고 싶었던 것이 없었기에 설사 현실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다고 한들, 크게 실망치 않고 '어쩔 수 없지'하며 손쉽게 놓아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여유도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재밌고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한 두 달만에 이 기도에 대해 응답해주셨다. 관계의 문제도 있었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나의 교만함과 부족함이 신랄히 드러나는 시간이 있었고 그 과정은 꽤 고통스러웠다. 무언가 간절한 것이 생겼고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그 과정 속에서 내 못난 모습들이 보였다. 마음이 요동치고 이것을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어서,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는 '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을 두고 습관적으로 했던 말씀 읽기, 기도하기, 찬양 듣기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 없어서' 하게 되었다. 후딱 해치워야 하는 숙제 같던 그것들이 온종일 그것만 하고 싶은 취미가 되었다. 그렇게 내 마음이 가난해졌고 가난해진 만큼 하나님을 모실 수 있게 되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마 5:3)

그리고 이 말씀이 이해 되기 시작했다. 마음이 가난해지더니 예수님 오시는 날, 하나님 만나는 날, 즉 천국을 사모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당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최후의 날,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와 소망이 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마치 군 생활할 때 당장 오늘이 힘들어도 전역일은 언젠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힘을 내는 것과 비슷하달까-) 시간 속에 살고 있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시간밖에 계신, 시간을 만드신, 우리의 과거를 아시고 미래를 미리 아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었더니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덧붙여 주었다. 그것은 바로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림과 동시에, 지금 내 마음 속에 계신 주님을 누리며 사는 것. 그래, 나는 당장 온전하지 않은 모습일지라도 하나님과의 교제 속에서 이 땅에서도 천국을 누릴 수 있다. 고통 속에 힘겨워 하며 그 날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부대 안에서 전역을 간절히 바라긴 했지만 군 생활 자체도 꽤 즐거웠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 14:27)

오늘 주신 말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앞에 두고 말씀하셨던 평안은 어떤 것일까? 참 궁금하기도 하고 어느정도 알 것 같기도 하다. 갈등과 시련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하지만,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로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 샬롬, 현실을 덮고도 남을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확신 안에서 유지되는 마음의 고요함. 그 믿음과 평안이 내게도 있길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있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나님이 내 아버지셔서, 예수님이 내 주님이셔서, 성령님이 내 보혜사셔서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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