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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0일 (토), 제3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상영작, 박강아름 결혼하다(GV) 후기
수원/용인에서 파주를 다녀오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짝꿍이 보고 싶어 했던 영화를 모기영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에 일정을 추가했다. 에무시네마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두 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여 근처 S타워에서 휴일주차권을 구매하여 주차한 뒤 걸어 올라갔는데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주차할만한 공간이 있었다.
상영 시작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1층 카페에서 기다리려다가 자리가 없어 2층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덕분에 짝꿍이 원하던 맨 뒷 좌석을 미리 예매하고 둘이 조용히 쉴 수 있는 의자에서 대기했다. (오히려 좋아!) 당연히 티켓값을 지불해야 할 줄 알았는데 모기영에서 무료로 상영을 제공하고 있었고 예쁜 가이드북과 포토티켓도 주셨다. (나중에 설문조사에 참여했더니 블루베리청도 보내주셨는데, 굉장히 맛있고 양도 많다.)
이 영화는 박강아름 감독님과 그분의 배우자인 정성만 님의 결혼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연애시절부터 결혼을 하게 된 과정, 자녀 보리를 낳게 된 과정 등 지극히 일상적인 개인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유학 중이셨기에 배경은 프랑스 파리이다. 후기를 본격적으로 적자니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라 생각나는 대로 적으며 정리해보겠다.
1. 재밌었던 점은 평범한 개인의 일상이 타인에게 어떤 질문이나 영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사생활, 나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사적인 개인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각본이 없는 실제의 삶이기 때문에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일 수도.
2. 배우 분들에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분들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극히 '특별'하기도 하다.
3. 각본이 없어서 촬영하기 쉬울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어려울 것 같다. 어느 장면을 촬영해야 하고 어느 순간을 편집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4. 나는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결혼은 현실이다. 일상은 로망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불완전한 자신이 불완전한 상대방과 평생을 함께 살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5. 모두가 가부장적(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 사회를 지배했던 남성 중심의 문화나 의식이 무너져야 한다는 것이지, 여성이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영화는 특별히 가부장제를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냥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을 뿐.
6. 유모차를 끌고 모래사장에 들어갔다가 비가 거세게 내리자 다시 나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마치 결혼생활의 단편 같았다. 성만은 원치 않았지만 아름이 원해서 들어간 모래사장에서 유모차가 잘 안끌리자 성만은 처음에는 불평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아름을 도와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모습. 서로 사랑하는 부부라고 해도 모든 뜻이 같을 수 없고, 연애 때 한 번도 싸우지 않은 커플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는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살면 할 필요도 없는 고생이지만 또 그 고생을 기꺼이 함께 하기에 행복해 보였달까.
7. 부부를 비롯한 모든 관계는 하나님을 알게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부부 관계만큼 깊은 관계가 없다. (성경에서는 이 관계를 특별히 한 몸이라고 말한다.) 하나 됨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하나님을 알게 될 것이다.
8. 결혼생활에서는 '나보다 상대방이 낫다'고 여기는 겸손한 태도가 중요할 것 같다. 이는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그리고 얼마나 큰 사랑을 대가 없이 받고 있는지를 느끼고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부족한 나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해준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막 대하겠는가. 어떻게 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대로 '내가 상대방보다 낫다'고 여긴다면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 상대방이 불만족스럽고(심지어는 미워보이고) 이 사람과 사는 자신이 불쌍하고 억울할 수밖에.
9. 이미 결혼한 많은 선배들이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지만 다수가 그렇게 느낀다고 그것이 절대적인 사실인 것은 아니다. '엄마의 행복이 아빠의 행복이야'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와 '아빠를 만난 것은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야'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내겐 더 진실에 가깝다. 내가 평생을 제일 가까이에서 본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소중한 약속이다.
10. 배우자는 나의 영광이다.
11.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그분이 먼저 사랑해주셨기에 우리가 서로 사랑할 수 있다.
12. 본래 결혼에 큰 뜻이 없었지만 나를 만난 후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고 나와의 미래를 기꺼이 기쁘게 상상해주는, 이 글을 보고 있을 짝꿍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후기로 시작해서 결혼관 및 사랑 고백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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