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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엄마'라는 뜻의 <쁘띠 마망>.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의 고향으로 내려온 8살 넬리가 엄마의 어린 시절인 8살 마리옹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잔잔하지만 몰입력 있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화였다.
영화 내내 들었던 생각은 부모도 약할 수 있고 자녀도 강할 수 있다는 것. 부모라고 자녀에게 강한 모습만 보여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가면을 벗고 약하면 약한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자녀와 교제하는 것이 자녀를 존중하고 자녀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녀도 강할 수 있다. 자녀도 부모를 이해하고 부모에게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다. (영화에서 넬리는 마리옹을 위로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자녀 입장에서도 부모가 자신을 단순히 '어린아이'로 보지 않고 성숙한 존재로 여겨준다면 자존감이 올라갈 것이다.
부모와 자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영화에서 8살 넬리와 마리옹은 좋은 친구가 된다. 부모도 아이였던 시절이 있다. 부모와 자녀는 (때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를지 몰라도) 양방향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동등한 관계이다. 집으로 돌아온 31살 마리옹과 8살 넬리가 만났을 때, 넬리가 마리옹을 '엄마'가 아닌 '마리옹'으로 부르는 장면이 있다. 넬리는 어린 시절의 마리옹을 만나 마리옹을 한층 더 이해하고 애정 하게 된 것 같다. 둘은 이어져 있었다.
(아래부터는 영화와 큰 관련은 없지만 평소 부모와 자녀 관계에 대한 나의 생각)
한국사회에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평등하기보단 수직적인 행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분명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자식에게 자신의 욕심을 투영하고 자신의 뜻대로 제단해서는 안된다. 자녀에게는 자녀 뜻대로 판단하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존중하고 자녀에게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원한다면 말이다. (이것이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나의 판단과 선택을 늘 존중받았다. 부모님은 조언을 아끼시지 않았지만 그것은 부모님의 의견일 뿐 모든 선택은 내게 달렸었다. 전학을 갈지 말지, 간다면 어느 학교로 갈지, 교회를 다닐지 말지, 대학은 어디로 갈지 등. 나의 선택이 늘 좋거나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기에 적어도 후회하진 않았다. 되려 부모님이 날 언제나 신뢰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믿음이 날 더 단단하게 해 주었다.
지금도 우리는 좋은 친구다. 서로 비밀을 털어놓고 일상을 나누며 마음을 표현한다. 강요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서로 격식 없이 편하게 대하되 상대방의 의견과 뜻을 존중한다.
모든 아이들이 부모와의 좋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뜻과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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