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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연말 사역을 준비하며

이사쿠 2022. 11. 21. 00:49

연말이 되면 송년회, 크리스마스 파티 등 이런저런 약속들로 바쁘지만, 무엇보다 교회 활동이 바빠진다. 게다가 교사 사역을 하고 있는 해이면 내가 맡고 있는 교육부와 소속인 청년부 모두 성탄 전야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정신이 없다.

오늘 교사 월례회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예배를 다시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면 내년에는 예배가 더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인원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인원에게 더 관심 갖고 연락하는 심방 사역도 12월에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너무나 맞는 말이고 필요한 일이라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빠듯한 일정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내게 되게 무겁게 다가왔다.

무거움을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와 낮잠을 자는데 이번에는 청년부 목사님께 연락이 왔다. 올해 처음 우리 교회에 와 과거의 어떤 목회자보다 최선을 다해 교회를 섬겨주고 계신 목사님인데, 한 해가 지났는데도 열매를 맺지 못한 것 같아 회의감이 드신 것 같았다. 교회에 출석하는 인원도 인원이지만, 단톡방에서 무언가 제안을 하면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이제는 뭔가 제안하는 것조차 미안해지는 그런 분위기에 상처 아닌 상처를 입으신 듯했다.

나는 목사님이 잘못해서가 아니라고, 목사님이 있어서 그나마 이 정도인 거고 우리 교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우리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청년들이 청년부 활동에 집중할 수 없고, 교사 등 다른 사역에 우선순위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현실. 어른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예배 가운데 청년들이 독립적으로, 주체적으로 무언가 추진할 수 없는 분위기 등. 원하는 것은 청년들이 다른 사역에서 벗어나 청년부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길 원한다고 말씀드렸으나, 소수의 인원이 많은 사역을 감당해야만 하는 우리 교회의 현실에서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책임을 안기보다는 그 책임을 다수의 사람들이 나눠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사역은 해야 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데, 기쁨으로 기꺼이 감당하는 것인데. 나는 왜 이 사역을 시작했지?로 이어지며 교육부 사역을 시작한 첫 마음이 떠올랐다.

그땐 은혜에 대한 감격이 더 살아있었다.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이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인지가 분명히 있었다. 그렇게 내가 대가 없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예수님이 원하실만한 선한 행동을 하게 된다. 예수님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시선도 따라 옮겼다.

사회가 병들고 어른들도 약하여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글에서는 생략했지만 우리는 식탁에서 지옥이란 '하나님의 부재' 다시 말해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이라고 정의를 했다.) 사회와 어른들로부터 충분한 지지와 사랑, 뭔가를 잘해서가 아닌 존재만으로 받아 마땅한 사랑을 받지 못해 상처 입은 친구들이 많이 있다.

이런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그냥,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단 한 사람.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의 작은 헌신과 호의가 누군가에게는 삶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뜨겁게 찬양하고 싶다.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일상과도 같은 당신의 무한한 사랑이 사실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음을, 말도 안 되는 기적과도 같은 은혜였음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인정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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