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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독감일지

이사쿠 2019. 3. 31. 23:39

3월24일(일)
주일 일정을 모두 마치고 가족과 저녁식사로 돼지갈비를 먹고 자취집으로 돌아와 배변을 했는데, 그 이후에 몸에 으슬으슬한 기운이 느껴졌다. 편도가 부은 느낌이 들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서둘러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3월25일(월)
아니나 다를까 오한, 두통으로 잠을 설치고 다음날 출근을 했다. 오후에 사내병원에 갔으나 감기 초기증상인 것 같다며 의사 선생님이 1분만에 진료를 끝내시고 약을 처방해주셨다. 오한과 두통이 계속 되었지만 이 날 저녁에는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증상이 완화되는 듯 했다.

3월26일(화)
이 날 새벽부터 열이 급격히 상승하고 증상이 심해졌다. 편도가 많이 부어 침 삼키기가 어려워졌다. 겨울옷, 이불을 두겹씩 입고 덮었는데도 추웠다. 거의 아침이 밝아서 오렌지와 해열제 한 알을 먹고 나서야 땀이 나면서 열이 내렸고 오한과 두통도 완화되었다. 뭐, 일단 괜찮아졌으니 샤워를 하고 다시 출근을 했으나 점심 이후 다시 증상이 심해졌다. 그런데 일이 많아 아픈 몸 이끌고 계속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3월27일(수)
이 날 새벽에도 그 전날과 같이 고열과 함께 오한과 두통이 심해졌고 아침이 되어서야 잠잠해졌다. 이제 약은 거의 듣지 않는 듯 했다. 이 날 또한 점심 이후 증상이 심해졌고 잠실 출장을 간 날이라, 업무를 마치고 가까운 가정의학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당시 열은 38.1도였고 독감 판정을 받았다. 총 15만원 짜리 수액을 두 대 맞고 30분이 지나서야 열이 내리면서 컨디션이 돌아왔다. 자취집으로 도착했을 땐 완전히 다 나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밤 11시 정도가 지나니 수액빨이 다 떨어졌는지 증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주 죽을 맛이었다.

3월28일(목)
일단 주말까지 휴가를 냈다. 내 피 같은 연차 두 개... 증상은 여전히 심했지만, 일단 원인을 알았고 이 몸을 이끌고 출근하진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했다. 하루종일 침대에 있으면서 아침 오렌지랑 약 먹고, 11시에 또 약 먹고, 점심 오렌지랑 약 먹고... 서러웠던 참에 아버지가 데리러 오겠다고 전화하셨다. 혹시나 가족들에게 옮길까 스스로를 격리 조치 하고자 자취집에 있었던 것이긴 한데,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오시라고 했다.

3월29일(금)
이 날 밤부터는 고열이 있지는 않았다. 두통은 여전히 심했고 미열과 무기력증이 있었다. 잠은 아무리 자도 피곤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엄마가 해주신 밥, 비록 입맛이 없어서 많이 먹진 못했지만, 아빠가 마사지 해주시며 위로해주시는데 본가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혼자 있었으면 왠지 병도 더 늦게 나았을 것 같다. 환갑이 넘으신 아버지의 마사지를 받는 20대 청년인 내 모습을 보자니 약간의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냐. 얼른 낫는 수밖에.

3월30일(토)
길기도 길다. 두통, 미열, 무기력증이 있었다. 이 날부터는 독감도 독감이지만 독감약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속이 굉장히 메스꺼웠다. 그래도 주말과 붙여서 휴가를 이틀이나 썼는데 책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책은 무슨. 며칠째 침대에만 있었다.

3월31일(일)
가끔 콧물이 주르륵 나는 것을 보면 아직 완쾌는 아니지만, 두통이 사라지면서 어느정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편도에 염증도 거의 사라져서 침 삼키기도 편해졌다. 무기력증과 메스꺼움은 아직 살짝 있는데 이는 독한 독감약의 영향인 것 같다. 그래도 끝까지 먹어야 한단다. 내일 점심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부디 내 몸에 독감 바이러스야 1도 남지 않고 영원히 사라지길 바란다.

하나님께서 갑자기 내 삶을 정지시키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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